Friday, February 13, 2015

Korean article (2), 2-13-15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제이미 도넌&다코타 존스

'엄마들의 포르노(Mommy-Porn)'. 2012년 출간돼 전 세계에서 1억 부 이상 판매된 E.L 제임스의 소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가리키는 말이다. 여성 작가가 쓰고, 독자들 또한 여성들이 많아 붙여진 별명이다. 밸런타인스 데이를 겨냥하고 개봉하는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50 Shades of Grey)'는 이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여성 작가가 쓴 노골적이고 파격적 성묘사로 유명한 소설인 만큼, 이를 토대로 한 영화의 표현 방식과 수위에도 일찍부터 뜨거운 관심이 쏠렸다. 섬세하고 매혹적인 표현으로 정평이 난 여성 감독 샘 테일러 존슨이 연출을 맡으면서 기대감은 더욱 높아졌다. 남녀 주인공 크리스천 그레이와 아나스타시아 역을 맡게 된 두 배우 제이미 도넌(33)과 다코타 존스(26)에게 영화 팬의 이목이 집중된 것은 물론이다. 지난달 웨스트 할리우드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이경민 기자 lee.rachel@koreadaily.com

제이미 도넌

-캐릭터의 어떤 점에 끌렸나.

"크리스천 그레이란 인물은 일종의 판타지다. 나이 스물일곱에 그처럼 많은 것을 이루고 가진 사람은, 나조차도 살면서 만나본 적이 없다. 불가사의하고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인물이란 점에선 수퍼 히어로나 마찬가지다. 때문에 현실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면도 있었지만, 그런 인물을 탐색해보는 것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역인 다코타 존슨과의 정사신 촬영은 어땠나.

"다행스럽게도 정사 장면 대부분은 촬영 후반부에 찍었다. 세트에서 매일 본 덕에 그 무렵엔 서로 편하게 웃을 수 있을 정도로 친해진 상태였다. 낯선 곳에서 옷을 모두 벗은 채 촬영을 해야 하는 쉽지 않은 상황에선 서로 간의 신뢰가 정말 중요한데, 시간이 흐르며 자연스럽게 쌓은 신뢰 덕에 무사히 연기를 해낼 수 있었다."

-원작 소설이 '엄마들의 포르노(Mommy-Porn)'라고도 불렸다.

"냉소적인 사람들의 표현일 뿐이다. 우리가 만들려 한 작품과는 거리가 있는 표현이지만, 그렇게 부르고 싶다면 그건 그들의 자유다. 우린 러브 스토리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서로 다른 처지에 있어 이루어질 수 없는 남녀가 만나 서로 필요로 하며 상대방에게 맞춰가고 변화해가는 과정이다. 이런 점에서 이 이야기는 셰익스피어 작품의 세계관이 반영된 아주 고전적인 사랑 이야기다. 물론 특정한 방식의 섹스가 이야기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두 주인공의 관계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행위이자, 이야기 전개에 필수적인 소재일 뿐이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BDSM(사도 마조히즘, 가학적 성행위)에 익숙한 편이었나.

"전혀 아니다. 이번에 영화를 찍으면서 많이 배웠다. BDSM에 대한 조언을 해주는 고문이 따로 있었고, 그가 자신의 공간에서 파트너와 즐기는 모습을 관찰하기도 했다. 내가 즐기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이 왜 그런 방식을 좋아하는지는 충분히 이해한다. 범죄도 아니고, 나쁜 짓도 아니지 않나. 사람들은 (소설의 원작자인) 제임스가 마치 더러운 비밀을 밝혀낸 것처럼 생각하지만, 그녀는 그저 이미 존재하는 것을 집중 조명했을 뿐이다."

-이 영화가 남성 관객에게도 어필할 수 있을까.

"아마도 여성 관객들이 남편이나 남자친구를 데려가는 경우가 대부분 아닐까. 남자들이 스스로 극장에 가서 보는 일은 드물겠지만, 여자 말을 잘 듣는 남자들도 꽤 많으니 말이다. 혹시 또 이 영화를 함께 보고 집에 가면, 여자가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해 줄지도 모를 일이고(웃음)."

다코타 존슨

-출연을 결심하기까지 망설임은 없었나.

"약간 주저하긴 했지만 아나스타시아 캐릭터가 겪는 감정적 여정에 강하게 끌렸다. 아나스타시아는 아주 똑똑하고 강인하면서도 자존감이 높은 여성이다. 대부분의 영화에서 작고 연약하게만 그려지기 일쑤인 여성에게 유머와 힘을 불어넣는 연기에 도전해보고 싶었다. 평범한 여성이 성적으로 깨어나 자신의 관능적인 면을 발견하는 게 결코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라는 메시지도 마음에 들었다. 여성이 자기 몸에 대한 권리를 누리며 그 한계를 시험해 본다는 설정도 의미 있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원작자부터 감독까지, 여성이 주도해 만든 영화다.

"확실히 여성은 섹슈얼한 이야기의 저변에 깔린 미묘한 감정을 잡아내는데 탁월한 듯 하다. 단순히 섹스신만 계속해서 보여줬다면 영화가 얼마나 지루했겠나. 원작자인 제임스, 각본을 쓴 켈리, 감독인 샘 모두가 원작의 팬들을 매료시켰던 소설 속 그 무언가를 훌륭히 끄집어냈다. 두 남녀 사이의 뜨거운 사랑과 그 관계가 미묘하게 변화해가는 과정이 지닌 재미를 극대화시키는데 성공했다."

-다양한 정사신을 소화하는 과정이 힘들진 않았나.

"쉬운 일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당연히 어색하고 창피하고 무서웠다. 잘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벗고 돌아다닌다는 것은 언제나 편치 않은 일이다. 하지만 감독이 최대한 편안하고 보호받는다는 느낌이 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줬다. 덕분에 불안감을 떨치고 예술적인 장면을 완성해내야겠다는 생각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그레이에게 벨트로 맞는 장면만 대역을 쓰고 나머지는 모두 직접 소화했다."

-영화에 대해 '질 높은 소프트코어 포르노'라는 지적도 있는데.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된다. 그 점에 있어선 감독과 촬영감독이 놀라운 성취를 이뤘다고 자신한다. 영화 속 섹스신은 '우연히 몰래 훔쳐보게 된 듯한 느낌'을 조금도 주지 않는다. 섹스는 지극히 사적인 행위라는 이해가 바탕이 된 덕에, 그 어떤 장면도 더럽거나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완성해냈다. 다양한 섹스신을 카메라에 담아낸 방식도 지극히 우아하고, 격조 있고, 아름답다."

[Mini Review] 관능적이기 보단 유치…그래도 욕하면서 볼 듯

야하긴 야하다. 남녀 주인공 모두의 노출 강도도 세다. 넥타이부터 시작해 수갑과 벨트, 각종 채찍들로 가득 차 있는 크리스천 그레이의 '플레이룸'을 들여다보는 재미도 있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크리스천과 아나스타시아가 서로의 성적 욕구를 탐구하고 맞춰가며 더 자극적이고 짜릿해져야 할 영화는 갈수록 어딘지 느슨하고 지루해진다. 가학적 성행위에 대한 은밀한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데도 완전히 실패했다.

문제는 보는 이들의 손발을 오그라들게 하는 유치하고 상투적인 설정과 대사에 있다. 한국 막장 드라마보다 심각한 신데렐라와 백마 탄 왕자의 로맨스 구조에 맥락없이 툭툭 끊어지는 대사가 이어지니, 탄성과 신음 소리가 나도 시원치 않을 객석에선 낄낄대는 비웃음과 한심하다는 듯한 피식 소리만이 가득하다.

R등급인 이 영화를 볼 수 있는 나이의 관객들 치고 "나는 사랑따윈 하지 않아" "대체 어디있다 지금 나타난거지?"하는 대사 앞에서 진지해지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흥행 여부를 점쳐 본다면? '욕하면서 보는' 관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기에는 충분하다. 원작의 명성(혹은 악명)이 워낙 높은데다, '대체 어떻길래'하는 호기심을 자극하기엔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0 Comments:

Post a Comment

<< Home